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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바탕으로 한 중국영화 <나는 약신이 아니다(我不是药神)> 추천

by 오롱(ORONG) 2020. 7. 22.

 

나는 약신이 아니다 포스터

 

나는 약신이 아니다

(我不是药神, Dying To Survive, 2018)

 

・ 감독 : 원무예
・ 출연 : 서쟁(청용), 왕전군(뤼서우이), 탁탄(스후이), 장위(펑하오), 양신명(라오류)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  ⚠️ 

 

 


 

 

재작년쯤 중국 운남 여행 도중 영화관에서 봤던 영화 <나는 약신이 아니다(我不是药神)>

 

허접한 중국어 실력임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워낙 명확하다보니 너무 재밌게 봤는데, 우연히 발견해 냉큼 재생했다.

처음 봤을 때는 이게 실화일거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알고보니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였다니...😅

 

내용은 이렇다.

인도 산 건강보조제를 팔던 주인공 '청용'.

아내와는 이혼하고, 벌이마저 변변찮아 고단한 삶을 사는 와중에 아버지가 큰 병에 걸려 수술을 해야하는 상황이 닥친다.

 

문제는 돈. 가게 월세도 밀려 쫓겨날 판에 거액의 수술비를 감당할 수가 없는 상황.

그러던 중 백혈병 환자인 '뤼서우'로부터 거절하기 힘든 제안을 받게 되는데, 바로 불법 복제된 인도산 백혈병 치료제를 중국으로 밀수입해 판매하자는 것!

 

당시 중국에서 판매됐던 스위스산 정품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은 한 병에 4만 위안(약 600만원)으로 굉장히 비싼 가격에 유통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뤼서우이'를 포함한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하고 죽을 날만 바라보며 살고 있었는데, 인도산 복제품은 효과는 동일한데 5백 위안(약 8만원)이면 구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가격 차이 무슨 일...)

 

당장 목돈이 급했던 '청용'은 '뤼서우이'의 제안을 수락하게 되고, 백혈병에 걸린 딸을 둔 백혈병 커뮤니티를 운영자 '스후이'와 역시 백혈병 환자이며 영어에 능통해 통역을 담당해 줄 목사 '라오류', 가난한 형편에 부모님께 병을 알리고 싶지 않아 도시로 도망쳐 온 청년 '펑하오'와 함께 조직적(?)으로 항암제 밀수를 시작한다.

 

 

네? 밀수요?

불법 복제약을요?

 

 

병원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는 주인공 청용
병원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는 주인공 청용

 

먹고 살기에도 팍팍한 삶, 요양병원에 계신 아버지의 건강에 큰 이상이 생긴 것을 직감했음에도 수술비를 감당할 수 없을 거란걸 너무나 잘 알기에 청용은 별 일 아닐거라며 애써 위안을 한다.

대사에서도 드러나는 병원에 대한 불신.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이 인도산 불법 항암제를 밀반입하려는 이유도 제약 회사의 양아치짓 때문이니...

의료보험도 되지 않는 약을 한 병에 600만원씩 주고 사먹어야하면 나 같아도 세상이 다 사기꾼으로 보일 것 같다.

 

어쨌든 청용은 패기롭게 인도로 떠나 치료제를 밀수해 오는데 성공하고, 인도에서 5백 위안에 사온 약을 중국에서 2천 위안, 스위스산 약에 비해 1/20의 가격으로 판매하니 치료제는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리게 된다.

 

비록 돈 때문에 시작한 일이다만, 허가 받지 않은 약을 몰래 들여와 판매하는 일은 엄연한 불법이니, 걸리면 바로 영창행이기에 환자들 입장에서 청용은 자신들을 위해 궂은 일을 마다 않는 좋은 사람...⭐️

(여담이지만 청용 역을 맡은 배우분, 가수 배기성이랑 너무 닮았다. 중국가서 새 삶을 시작하신 줄....)

 

 

 

돈도 좋지만

감방에 갈 순 없잖아...!

 

순조롭게 불법약 사업(?)을 이어가던 청용 일당.

그러나 정품 치료제를 판매하는 제약회사는 경찰을 압박해 밀수업자들을 잡아내려하고, 경찰의 수사망이 점점 좁혀오자 위기를 느낀 청용은 돌연 사업중단 선언을 한다.

 

청용이 놓아버린 사업을 낚아채간 사기꾼 약장수는 약 값을 야금야금 올리다가 2만 위안까지 올려버리고, 백혈병 환자들은 그렇게 또 한 번 희망을 잃어버리게 된다.

 

 

약값을 감당하지 못해 병이 악화된 뤼서우이
약값을 감당하지 못해 병이 악화된 뤼서우이

 

한 편 그동안 번 돈으로 멋드러진 새 사업을 시작한 청용. 백혈병 환자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스스로에게 죄책감을 느끼던 도중, 병세가 심각하게 악화된 뤼서우이와 재회하게 되는데...

 

복제약의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가자 약을 먹을 수 없게된 뤼서우이의 몸 상태는 그야말로 최악...

청용한테 밀수 제안할 때도 마스크 세 겹씩 쓰고와서 짠하기 짝이 없었는데, 병원에 누워있는 장면 보니까 너무 마음 아팠다.

약 잘 챙겨먹고 얼른 회복해서 갓 태어난 아기에게 좋은 아빠가 되어주고 싶어했는데, 청용이 다시 만난 뤼서우이는 죽음이 그에게 이 생에서의 시간을 얼마 내어주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이대로 모른척 지낼 수는 없다고 생각한 청용은 다시 인도로 떠나기로 결심하고, 다시 약을 들여오는 데에 성공하지만 돌아온 중국에서 뤼서우이는 더이상 볼 수 없었다. 남편의 영정사진 앞에서 모든걸 체념한 듯 앉아있던 아내의 표정이 너무 슬펐다.

 

 

밀수업자를 체포하지 말아달라 애원하는 할머니
경찰이 밀수업자에 대해 추궁하자 체포하지 말아달라 애원하는 할머니

 

경찰이 불법약을 복용 중인 환자들을 취조하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다.

협조하라는 경찰에게 눈물로 호소하는 할머니. 집도 가족도 약 때문에 모두 날렸는데, 마지막 희망을 제발 거둬가지 말아달라며 애원한다.

절절한 마음이 너무 와닿아서 기억에 남았던 장면.

 

 

약팔이 청용

약신(药神)이 되다.

 

체포가 코 앞으로 다가왔음을 직감한 청용은 약을 들여올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닫게 되고, 종국에는 인도 공장에서 약 생산이 중단되자 손해를 감수하고 인도 약국에서 소매가에 판매되는 약까지 모두 사들인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최대한 많은 환우에게 약을 판매하려던 청용.

결국 경찰에 덜미를 잡혀 체포되고 만다. 

 

 

재판에 선 청용
재판에 선 청용

 

법정에 선 청용.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라는 재판장의 말에 입을 연다.

 

 

我犯了法。该怎么判,我都没话讲。但是看着这些病人,我心里难过。他们吃不起进口的天价药,他们就只能等死,甚至是自杀。不过我相信今后会越来越好的。希望这一天能早一点到吧。
전 법을 어겼습니다. 어떤 벌을 받게 되든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환자들은 고가의 수입 정품 약은 먹을 수가 없고, 그냥 죽기를 기다리거나, 심지어 자살도 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지리라 믿습니다. 그날이 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이송되는 청용을 배웅하는 환자들
차창밖으로 청용을 배웅하는 환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청용은 밀수죄와 가짜약 판매죄로 징역 5년형을 받고 구치소로 이송되는데...

청용을 태운 경찰차가 법원을 빠져나오자 차창 밖으로 보이는 백혈병 환자들. 끝까지 자신들을 위해 애써준 그를 향해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담담하게 판결을 받아들였던 청용도 눈물을 흘리고 만다.

 

그렇게 인도산 건강보조제를 팔아 근근이 살아가던 약팔이 청용은 '약신'이 되었다.

 

 

청용 눈에만 보였을 뤼서우이와 펑하오
청용 눈에만 보였을 뤼서우이와 펑하오

 

이송되는 청용을 배웅하는 길거리의 사람들 사이에서 뤼서우이와 펑하오의 모습이 스치듯 비친다.

아마 이 둘의 모습은 오직 청용만 볼 수 있었겠지...

눈물 줄줄 😭

 

 

제약 개혁을 불러온

'루용 사건'

 

실제 모델인 루용씨와 거레웨이약
실제 루용씨와 거레웨이

 

 

포스팅 제목에서 언급했다시피 <나는 약신이 아니다>는 중국의 값비싼 제약 제도를 개혁한 '루용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왼쪽 사진의 남자가 바로 청용 역의 실제 모델인 '루용(陆勇)', 오른쪽 사진이 영화 상에서 거레닝이라 불렸던 실제 스위스산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 '거레웨이(格列卫)' 이다.

(영화에선 '거레닝'으로 불렸다.)

 

영화에는 각색되었지만 실제로는 루용씨도 백혈병 환자로 비싼 약 값을 견디지 못해 인도산 복제약을 직접 구매해서 먹었다고 한다.

직접 먹어보니 효과가 있음을 체감했고, 다른 백혈병 환자들을 위해 약을 구매 대행하다가 가짜 약을 판매한 혐의로 2013년 체포되었다.

그러나 당시 루용에게 약을 구매했던 수많은 백혈병 환자들이 탄원서를 제출했고, 결국 검찰이 기소를 취하하면서 2년 만인 2015년 풀려나게 된다. 

 

이 사건의 파급력이 꽤 컸던지 당시 리커창 총리가 항암제 공급 확대 정책을 지시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로 인해 글리벡에도 의료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하며 수입 항암제에 대한 관세가 폐지되고, 그 결과 2002년 30%에 불과했던 백혈병 생존율이 2018년에는 85%까지 급증했다고 한다.

 

관련 내용을 찾아보면서 바이두에 검색해보니 올해 2월에도 루용씨가 인도를 갔었다고 한다.

이유는 마스크를 구하러...🤭

한참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하면서 중국에 마스크가 부족해 난리였던 때인것 같은데, 역시 대단한 사람이긴 한 것 같다.

 

실화일줄은 상상도 못하고 재탕했는데, 뒷배경을 알고 나니 감동이 더 깊어지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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